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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여행

[쿠바 여행][하바나]말레콘 해변에 앉아 바라보는 쿠바의 저녁즈음

나라 : 쿠바

수도 : 아바나(하바나)

위치 : 멕시코 옆

공용어 : 스페인어 

 

말레콘 해변

 

 

2018년도 12월에 약 1~2주간 쿠바에 머물렀다. 위의 사진은 정확히 2018년 12월 14일에 찍은 사진이다. 늦은 오후 말레콘 해변에 앉아 저녁까지 바라보는 쿠바의 풍경이란 커다란 도시에 온 것 같기도하고, 뭔가 가슴 아린 옛 동네에 온 것 같기도하다.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대부분은 겉보기엔 삐까뻔쩍한 슈퍼카들이다. 하지만 그 들이 내뿜는 건 시꺼먼 매연이다. 화려하지만 아주 오래된 자동차들

 

해변에 앉아 바람을 맞고 있음에도 맡아지는 캐캐한 냄새는 실제로 살아보지 않았음에도 마치 내가 과거 한창 산업이 발전하던 시기의 한 페이지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보통 쿠바에 여행 온 사람들은 히론이라던지 트리니다드, 산타클라라를 여행한다. 혹은 바라데로에 가서 저렴하지만 퀄리티 괜찮은 호캉스를 즐기던지...

 

하지만 나는 어쩌면 일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쿠바에서 오직 수도인 아바나에서만 머물렀다. 

 

왜 그랬을까? 쿠바의 진정한 매력인 아바나라고 하는 어떤 블로거의 글을 봐서였을까 아님 오랜 여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으로 타이트한 이동거리를 견디기 싫었을까 

 

쿠바의 아바나는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이 호불호가 강한 여행지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불호에 가까웠다. 도시에 가득한 매연,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 도시 곳곳이 공사중, 맛없고 비싼 음식, 거리에 넘쳐나는 사기꾼들... 

쿠바의 수도 아바나 지도 상의 위치

낭만은 찾기에는 어디서 찾아야하는건지 의문이 들었던 도시 

과거 우리나라가 발전하던 시기의 모습과 흡사한 것들을 보고 향수에 젖을 수 있다는 곳

 

나에게는 그저 소음과 냄새로 힘들었던 도시로 기억되는 곳 

 

그러나 그런 곳에서도 매일 찾아갔던 곳이 말레콘 해변이다. 

말레콘 해변은 아바나 북쪽에 있는 해변가이다. 백사장이 넓게 퍼져있어 물놀이를 즐기는 그런 해변이 아니라 방파제로 둘러싸여있어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아바나는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왠만하면 걸어다녔었다. 그렇게 하루 계획을 짜면서 항상 숙소에 가기전 마지막으로 말레콘 해변을 들렀다가 갈 수 있게 계획을 짰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당시 쿠바는 휴대폰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곳이었다. 대신 와이파이 소모용 선불카드를 사서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곳에서 내가 구매한 만큼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그런 시스템을 가진 곳이었다. 

 

그리고 그런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는 곳 중에 한 곳이 말레콘 해변이다. 말레콘 해변을 따라 쭉 걷다보면 와이파이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종종 나온다. 

 

말레콘 해변을 매일 들렀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와이파이를 잡아서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말레콘에 앉아서 바라보는 경치 때문이다.

 

늦은 오후 해변 방파제에 앉아서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는 추억에 젖어들곤한다. 매연 때문인지 얼굴도 끈적하고 그런 느낌으로 지친 몸을 쉬면서 집에 가면 개운하게 샤워하고 밥먹어야지 하는 생각. 

 

이상하게도 이 느낌이 어릴적 열심히 뛰놀고 집에 가기 전에 느꼈던 그런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말레콘 해변에 앉아 있거나 처음 온 여행자처럼 걷고 있으면 기타를 치는 사기꾼 트리오가 몰려온다. 마치 버스킹인듯 흥 많은 연주가인 것처럼 보이는 현지인 세 명이 여행자를 둘러싸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처음 온 여행자는 쿠바의 흥에 취해 같이 춤도 추고 웃으며 인사도 한다. 

 

사기꾼인걸 모르고.....

 

그렇게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나면 그 사기꾼들은 여행자에게 돈을 요구한다. 우리의 음악을 들었으니 돈을 달라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요구한다. 줄 때까지 따라가고 험상궂은 얼굴로 현지인이 돈을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돈을 주는 여행자...... 물론 큰일이 날 정도의 커다란 액수는 아니지만 즐거운 추억이 한순간에 무너지는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지나고 나면 추억거리가 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 순간의 기분은 무시할 수 없다. 

 

거의 매일 말레콘에 오다보니 그 트리오들도 어쩔 수 없이 보게되고 마지막 즈음에는 그들이 그냥 우스운 광대처럼 보이기도 했다. 

 

떠나는 아쉬움이 만들어낸 낭만인지

아바나를 떠날 때는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은 크게 들진 않았지만, 지나고 난 뒤 사집첩을 둘러보니 아바나에 그래도 낭만이 있다면 말레콘이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쿠바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