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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책 그리고 좋은 글귀

[책][한국소설]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작가/

엄마를 부탁해 표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출간된 책이지만 서른이 되어서야 읽어본 책 

'엄마를 부탁해'

 

지인들에게 책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자주 언급되던 리스트 중에 하나였다. 

그럼에도 왠지 손이 가지 않던 책 

 

읽다가 펑펑 울었다는 지인의 말 때문일까 

괜히 제목에서부터 오는 엄마라는 커다란 존재 때문일까 

 

책을 사놓은지는 꽤 되었지만 왠지 쉽게 읽을 수 없던 책이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무심코 집어들어 읽게 되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와 아빠를 마중나가지 않은 하필 그 날, 서울역에서 아빠는 몸과 마음이 성치않은 엄마를 잃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갑작스런 불행같지만 불행이란 건 어떠한 사실에 작은 우연들이 겹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아팠던 '사실'

그날 따라 자식들이 서울역에 마중을 나가지 못하였던 '우연'

항상 엄마를 앞서 걷던 아빠의 걸음 습관이라는 '사실'

하필 그날 택시가 아닌 지하철을 타게 된 '우연' 

 

이런 사실과 우연이 겹쳐 사건이 발생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중 인물은 크게 큰아들, 큰 딸, 작은 딸 그리고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이야기에서는 엄마를 잃어 버린 현재와 그들이 엄마와 함께 하던 시절의 사건들이 풀어진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동시에 생각나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책이자 영화로도 나왔던 작품이다.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공감과 디테일 때문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가족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가족 구성원 개개인들 즉, 아빠, 동생, 딸, 아들의 입장에서 엄마를 바라보는게 너무나도 공감되고 디테일했다. 

 

소설'엄마를 부탁해'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큰 아들의 시선

-큰 딸의 시선

-작은 딸의 시선

-아버지의 시선

 

-그리고 엄마의 시선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그 시선의 묘사가 현실적이고 세세해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한 공감 때문에 가족 이야기는 그 것을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 슬픔이나 기쁨 등이 다가오는 포인트가 다르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을 지칭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보통 소설들은 '철수가 영희를 만나러 기차에 올라탔다'라고 표현하는 반면 이 소설에서는 '너는 영희를 만나기 위해 기차에 올라탔다'라는 식으로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이게 어색했지만 읽다보니 이야기에서 지칭하는 '너'가 마치 '나'인 것 같아 더 빠져들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 속에 가장 기억나는 문장의 내용은 글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엄마를 잃어버린게 아니라 그동안 잊어버리고 살았던게 아닌가'라는 내용이다. 어쩌면 '엄마를 부탁해'가 개인적으로 쉽게 읽히지 않았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성하게 하기도하고 깨닫게 하기도 하는 그런... 

 

섬세하고 엄마를 통한 깊은 사랑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다만 조금 슬플 수 있다는 점 참고 바란다.

 

 

※책 속의 개인적인 밑줄 문장들

 

-엄마라는 말에는 친근감만이 아니라 나 좀 돌봐둬,라는 호소가 베어 있다.

 

-너는 어머니 대신 엄마라는 말을 포기하지 않았다.

 

-네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너의 이름을 쓰고 엄마 이름을 쓰고 드디어 더듬더듬 책을 펼쳐놓고 읽게 되었을 때 박하꽃처럼 되던 엄마의 얼굴이 네가 읽을 수 없는 점자 위로 겹쳐졌다.

 

-입학원서에 이름을 쓰면서 네가 고갤 들어보니 엄마가 복도 유리창에서 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의 눈과 마주치자 엄마가 머리의 수건을 벗어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엄마의 유일한 패물인 왼손 중지에 끼여 있던 노란 반지. 중학교 입학금을 낼 때쯤 엄마의 왼손 중지엔 반지가 사라지고 너무 오래 껴 깊이 팬 자국만 남아 있었다.

 

-첨 하는 얘기다, 암한테도 말 말어! 엄마 얼굴에 장난기 서린 웃음이 머물렀다.

 

-엄마의 손은 꽁꽁 얼어 있었다. 그는 얼음장 같은 엄마의 손을 잡았다. 이 손을, 이 손을 가진 여인을 어찌든 기쁘게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의 입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따라온다고 따라다니면 어떻게 하느냐고 엄마를 책망했다.

 

-사랑하는 내 딸. 너는 그걸 시작으로 내가 서울에 올 때면 나를 식구들 속에서 빼내 극장에도 데리고 가고 능에도 데리고 갔재. 서점에 있는 음반 파는 곳에도 데리고 가 헤드폰을 내 귀에 대주기도 했재. 이 서울에 광화문이란 곳이 있다는 거, 시청 앞이 있다는 거, 이 세상에 영화와 음악이 있다는 것을 너를 통해 알았고나.

 

-엄마가 처음으로 내게 뭐 사달라고 한 것이에요!왜 그러세요!